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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생명과학

연가시와 사마귀, 메뚜기류

by 서재 속 동전 2022.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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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영화 '연가시'가 개봉하면서 사람들은 연가시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도 벌써 10년이 지나서 다시 연가시에 대한 관심이 시들어졌는데요. 최근에 연가시를 만난 적이 있어서 그 사진과 예전에 연가시를 채집했던 경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연가시란?

  가. 분류

   연가시는 분류상 유선형동물문 연가시강에 속하며, 철사벌레, 실뱀으로 불리지만 실제로 절대 뱀이 아닙니다. 

  나. 크기

   길이는 15cm 전후로 최대 90cm까지 발견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실 모양의 지름은 약 1mm입니다. 

  다. 생활사

    자웅이체로 암수가 물속에서 짝짓기를 통해 알을 낳고 유충이 물속에 사는 곤충 유충(장구벌레 등)에 먹힙니다. 곤충 유충이 성충으로 성장하고 그 곤충이 다시 육식 곤충(사마귀, 여치 등)에 먹히면서 자연스럽게 최종 숙주에게 옮겨갑니다. 육식 곤충의 내장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며 충분히 성장하면 숙주를 물가로 이동하도록 유도하는 화학물질을 분비해 물속에서 숙주의 몸에서 나와 짝을 찾아 다시 짝짓기를 합니다. 이 와중에 숙주는 물가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아래 사진은 넓게 보면 메뚜기류에 속하는 예루살렘크리켓 또는 예루살렘귀뚜라미로 불리는 곤충과 거기에서 빠져나오는 연가시를 보여줍니다.

예루살렘귀뚜라미와_연가시
(출처: wikimedia commons)

 

2. 연가시와 사마귀

사마귀

  연가시의 최종 숙주라 하면 보통 사마귀를 떠올립니다. 사마귀 자체도 외형의 무서움이 느껴지는데, 여기에 연가시의 조종을 받는다고 하니 더 인상에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연가시에 조종받아 물가로 가는 사마귀의 모습은 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마귀는 물에 사는 곤충이 아니기 때문에 마치 물가로 자살을 하러 가는 모습으로 보이며, 사마귀 입장에서는 매우 슬픈 일입니다.

 

  아래 사진은 대구 팔공산에서 사마귀가 지나가는 버스 바퀴에 밟혀서 죽어있고, 그 몸에서 방금 빠져나온 연가시를 보여줍니다. 연가시 자체는 기적적으로 바퀴에 밟히지 않은 것 같은데, 물가가 아닌 아스팔트 바닥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니 점점 말라 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근처 20m 전방에 계곡이 있었는데, 연가시 입장에서는 고지를 코앞에 두고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사마귀와_연가시1
사마귀와_연가시2

 

3. 계곡의 연가시

  연가시는 알려진 것과 다르게 실제로 인간에게는 전혀 해로운 생물이 아닙니다. 일단, 인간은 숙주가 될 수 없으며 만약 인간 몸에 들어온다면 좋은 단백질원이 되어버립니다.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분비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깨끗한 물에서만 살기 때문에 오염과는 거리가 멉니다.

  

  아래 사진은 제가 예전에 학생들과 계곡에서 물고기 채집을 하다가 학생이 계곡 물속 바닥에서 발견한 연가시를 찍은 것입니다. 실제로 그 계곡이 매우 깨끗한 물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며, 연가시 자체가 나무의 실뿌리처럼 생겼기 때문에 굳이 찾으려 해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물고기를 잡으려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실제로 만져보니 위협적인 움직임은 없었고 느리게 움직이며, 마치 움직이는 철사 같았습니다. 

연가시

 

  지금까지 연가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영화 '연가시'를 보셨다면 연가시에 대한 혐오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이 생물 또한 본인의 생활방식이 우리 생태계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사마귀를 봤을 때 연가시가 들어있는지 발견하기는 쉽지 않고 계곡에서 직접 찾기도 쉽지 않겠지만, 관심을 갖고 자연을 관찰하다 보면 언젠가 한 번은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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