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노벨상을 정리하겠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2022년 노벨상 중 의학, 생리학상을 수상한 스반테 페보 교수님의 업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스반테 페보 교수님은 스웨덴인으로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 교수로도 재직하고 있습니다.
1. 기존 현생 인류에 대한 연구
현생 인류는 현재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를 말합니다. 호모 사피엔스와 가까운 종이며,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종 중 네안데르탈인이 있는데요.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해서 영장류 중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에 이르는 다양한 종들 사이의 관계를 많이 연구해 왔습니다.
과거에는 비교하는 방식이 발굴된 뼈의 특징을 해부학적으로 분석하는 고생물학과 고고학을 이용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밝혀진 사실은 호모 사피엔스는 약 30만 년 전 아프리카에 처음 출현한 뒤 약 7만 년 전 아프리카를 나왔으며, 거기서부터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반면에 네안데르탈인의 경우 약 40만 년 전부터 유럽과 아시아에 분포하다가 약 3만 년 전에 절멸했습니다. 이처럼 시기상으로 두 종은 서로 겹치기 때문에 공존하는 시기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두 종 사이에 어떠한 상호 작용이 있었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해부학적으로 봤을 때, 네안데르탈인을 현생 인류와 비교하면 안와상 융기, 움푹 팬 이마, 넓은 어깨, 짧은 팔다리를 갖는 특징이 있습니다. 남성은 165cm, 여성은 153cm의 평균 키를 가진다고 합니다.
2.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용한 네안데르탈인 연구
호모 사피엔스의 경우 1990년대까지 게놈프로젝트에 의해 유전체 정보가 거의 밝혀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의 경우 당시에는 발견된 뼈가 적고, 유전체의 오염이 심했기 때문에 유전체 해독이 쉽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신중한 페보 박사는 몇 안되는 네안데르탈인의 뼈를 활용해 유전체를 효과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분석 기법을 개발했습니다. 여기서 이용된 유전체가 바로 미토콘드리아 DNA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어떤 진핵생물이든 가지고 있으며 세포 안에 많이 있고, 핵 DNA보다는 상대적으로 훨씬 작기 때문에 해독하기가 쉽습니다. 이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의 직접 조상은 아닌 것을 알아내게 됩니다.
3. 현생 인류와 다른 종간의 교잡 연구
미토콘드리아 DNA는 유전체량이 작아 많은 것을 알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페보 박사는 다시 여러 방법을 강구한 끝에 2010년에 네안데르탈인 세포핵의 DNA 염기 서열 전체를 해독하는데 성공합니다. 분석 결과 네안데르탈인의 DNA 염기 서열은 아프리카보다 유럽이나 아시아의 호모 사피엔스와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는 두 종이 공존하는 기간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호모 사피엔스에게 전달되었음을 말해줍니다.
여기서 큰 사건이 발생합니다. 2008년 시베리아 남부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이 아닌 다른 종의 손가락 뼈 단편이 발견됩니다. 이 종은 데니소바인으로 명명되었으며, 역시 유전자 분석 결과 데니소바인과 호모 사피엔스 사이에서도 일부 교잡이 생겼음이 밝혀집니다.
아래 그림은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이 공통 조상으로부터 어느 정도 이전에 나뉘었는지를 나타냅니다. 세 종이 서로 교잡함으로써 현대의 호모 사피엔스에게도 그들의 유전자가 일부 계승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데니소바인의 특정 유전자는 고지에서의 생존에 유리하며, 현재 티벳에 사는 사람들에게 발견됩니다. 네안데르탈인의 특정 유전자는 여러 종류의 감염증에 대한 면역 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반면에 호모 사피엔스는 복잡한 문화, 고도의 기술 혁신, 뛰어난 예술 능력을 가집니다. 이처럼 현생 인류의 기원을 밝히는 일은 복잡하면서도 아주 중요한 작업이며, 그런 면에서 페보 박사의 연구는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업적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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