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과 집 크기는 한계가 있다. 집 한 방을 아예 보드게임방으로 내어준 보드게이머들도 물론 꽤 되지만 대부분은 가족과 기타 잡다한 물건들과 생활공간을 쪼개 써야 하기 때문에 게임을 사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한정된 공간을 채울 보드게임을 고르는 기준은 뭘까?
그냥 끌리는 대로, 닥치는 대로? 아니면 한 작가가 낸 게임을 전부다? (사실 책에서는 이미 이런방법으로 수집을 했다. 마음에 드는 작가의 책은 몽땅 다 사들이는 걸로. 우베게임도 그렇게 무지성 구입할 뻔했지...)
내가 선택한 보드게임을 고르는 기준은 메커니즘이다.
사실 메커니즘으로 게임을 나눈다는 말은 애매하다. 보드게임 내 장르가 애매하고, 관세를 물릴 때 분류되는 기준도 애매하며(완구냐 책이냐) 더해 메커니즘도 애매하다. 그래서 결국 내가 선택한 방법은 그냥 가장 눈에 띄는, 가장 맛있는 부분을 이루는 메커니즘 별로 하나씩 고르기로 했었다. 걍 내 멋대로 한다는 소리...
그래서 처음 선보이는 건 흔히 롤앤라이트라 부르는 웰컴투더문 그리고 지도제작자들.
사실 '롤앤라이트라;는 말은 썩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롤은 주사위를 굴린다는 말인데 그 많은 롤앤라이트 장르중에 주사위가 없는 두 게임을 골랐으니. 따지자면 플립 앤 라이트인데 이 말은 잘 쓰진 않더라. 안 붙나봄. 그래도 나처럼 어원에 걸맞지 않는 표현에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이제는 다 합쳐서 '페이퍼 앤 펜슬'이라고 부르는데 이게 맞긴 하지만 현대 롤앤라이트의 랜덤성 표현에 걸맞지는 않다. 뭐 가장 적절한 말인 것 같긴한데.
하지만 간단히 말하면 그냥 '빙고'다.
어떤 조건으로(예전에는 사회자가 불렀지만 지금은 주사위를 굴리거나 카드를 뒤집거나 하여) 종이에 펜으로 적으면 끝이다. 그리고 종료 후 이런저런 조건을 따져 점수를 낸다.
사실 보드게임을 하는 이유가 컴포넌트를 만지고, 머리를 쓰는 것이었기에 페이퍼 앤 펜슬은 장르는 살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냥 관심이 안 갔달까. 걍 종이로 끄적이려면 뭐하러 보드게임 하냐 싶었던 것. 또 내가 1회성 게임(머더 미스터리, 레거시류)에 조금도 관심을 안 주는데 롤앤라이트도 종이가 다 떨어지면 게임 끝-이란 느낌이라 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지도제작자들. '지도'를 만든대! 200여년 전, 김정호에 빙의라도 한 듯 가슴이 뛰었다. 역시 게임은 테마다. 카드를 뒤집으면 폴리오미노가 등장하고 이걸 끼워맞추는, 결국은 테트리스를 하는 게임인데도, 오로지 지도!를 그린다는 갖다 붙힌 컨셉으로 이 게임에 흥미를 갖게 만든 것이다. 역시 테마는 중요해.
머리써서 결국은 빙고를 해내야 하는 거지만, 그 과정에 다양한 색연필을 쓰면서 그림도 그리고... 부러 찾지 않는한 요새 그림그릴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런데 게임을 하면서 숲도 그리고 강도 그리고 하는거다. 힐링이 됨.
거기 소소하게 가문명, 지도 제작자 이름 같은걸 적으라고 하는데 거기에 아무말 가져다 붙히는 것조차 너무 재미있다!!!
이게 재미있다 보니 롤앤라이트 장르 자체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메커니즘 별로 하나를 사기로 마음먹었지만 롤은 아니지 않는가 롤은! 주사위가 없잖아!
그래서 관심가지게 된 롤앤라이트 하면 떠오르는 대표작. 영리한 여우 시리즈. (간츠 숀 클레버) 다행히 이건 웹으로도 가능해서 얼마든지 찍먹이 가능하다.
간츠 숀 클레버 https://www.schmidtspiele.de/static/onlinespiele/ganz-schoen-clever/
도펠트 소 클레버 https://www.brettspielwelt.de/Other/Clever/
클레버 큐브드 https://www.schmidtspiele.de/static/onlinespiele/CleverHochDrei/
클레버 4에버 https://www.schmidtspiele.de/static/onlinespiele/Clever4Ever/index.html
여기 더해 클레버 믹스드(간츠 숀 클레버 디럭스)가 있는데 이건 정보가 없으니...
아무튼 이 시리즈는 이렇게 찍먹해 봐도 된다. 롤앤라이트의 근본이랄까. 사실 죄다 소장하고 싶은데 2번째 시리즈 밖에 안나와서... 해구하기에는 주사위 여섯개 든 주제에 너무 비싸다... 물론 아이디어 값도 있겠지만 아이디어+예쁜컴포로 무장한 게임도 많기에 여우 시리즈는 국내 다 출시되면 사는 걸로... 1이 품절크리니 한번에 나오지 않을까? 나와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웰컴투더문. 사실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롤앤라 주제에 너무 비싼 가격에 썩 끌리지 않는 아트워크에 외면했었는데 게임을 메커니즘별로 살만큼 사니 이제 롤앤라가 너무 눈에 밟히는 거다. 지도제작자들로도 꽤 만족하지만 뭔가 주사위 숫자 놀음이 이젠 하고 싶은거다ㅠㅠㅠㅠㅠㅠ 그러다가 문득 흘려들은 리뷰가 기억남. 웰컴투더문 하나면 왠만한 롤앤라는 다 커버친다고. 주사위가 아닌건 아쉽지만 그래도 숫자! 숫자!
그래서 싸게 구입하고 2편까지 완료. 3편 하려다가 에러플을 발견하고 잠시 휴식 중이다. 일단 맘에 드는 건 캠페인이라는 것. 게임의 리플레이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캠페인은 길고, 또 조건을 바꿔가며 계속할 수 있다! 생각보다 머리 쥐어뜯으며 생각할 것 많고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운,실력 비중도 괜찮다. 카드가 잘못 뽑혀서 끄앙 소리가 나오는 것 좋아함.
아무튼 초반인상은 괜찮다. 룰만 숙달되면 심심할 때 마다 꺼내서 할 수 있을듯하다.
+참 거기 더해 중고거래하다가 묶음으로 따라온 큐윅스가 있는데... 시간 뜰 때 정말 잠깐 돌렸는데 꽤 할만하다? 부피도 작고 쉽고. 그래서 팝콘에서 행사할 때 저렴하게 퀸토, 퀀텀 다 업어옴ㅋㅋ 뭐 다 비슷하고 싼 맛에 쉽게 돌릴만함. 단 1인플 안되는게 좀.
<소장>
지도 제작자들
- 롤앤라이트(플립앤라이트, 페이퍼앤펜슬), 폴리오미노.
- 양피지에 지도를 그린다.
- 상호작용 다소 있음. 딱 간지러울 정도.
- 테이블 차지 작음.
- 1인플 지원. 컨트롤 매우 간단. 방해와 점수내기형.
웰컴 투 더 문
- 롤앤라이트(플립앤라이트, 페이퍼앤펜슬), 숫자놀이.
- 지구를 떠나 달로 향한다. 캠페인 좋음.
- 상호작용 아주 적음. 조금 협력느낌 나기도.
- 테이블 차지 작음.
- 1인플 지원. 컨트롤 간단. 경쟁형.
<위시>
간츠 숀 클레버
도펠트 숀 클레버
클레버 큐브드
클레버 4에버
클레버 믹스드
- 롤(주사위)은 이 시리즈 하나만 있으면 될 듯. 코보게님 제발ㅠ
'보드게임 > 보드게임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릿, 월링 위치크래프트 (0) | 2024.06.20 |
---|---|
윙스팬, 아크노바, 테라포밍 마스, 미니빌 (+에버델) (0) | 2024.06.18 |
댓글